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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식 회고전 <공은 열려 있다> 2023.10.21 - 12.14

작성자
aspacia
작성일
2023-11-01 18:41
조회
873
Korea Photographers Gallery 에서 2023년 10월 21일부터 12월 14일까지 ‘공(空)은 열려있다’ 한정식 사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고인이 남긴 유작들 중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고요’ 작품들을 소개하는 전시로 ‘고요’ 작품 속에 녹아져 있는 작가의 철학적 세계와 미학적 의미를 조망한다.

동양 철학과 한국의 정신 미학에 대한 깊은 탐구와 한국사진예술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평생의 노력을 기울인 한정식 작가는 ‘모든 법은 움직이지 않고 본래 고요함을 의미하는 諸法不動本來寂 (제법부동본래적)’ 불교 세계관을 토대로 그가 평생을 통해 성찰해 온 ‘고요’의 세계를 완성하고자 하였다.

‘공(空)은 열려있다’ 전시는 작가가 남긴 유작과 관련된 기록에 기반하여 준비되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KP 갤러리 이일우 대표는 한정식 작가가 남긴 유산들은 서구미학에 기반한 현대예술사진이 주류 문화로 정착된 오늘날의 한국사진계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며 앞으로 소개될 작업 역시 한국사진예술의 큰 자산으로 의미있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한정식 작가의 작업세계는 최근 오픈한 그의 홈페이지(www.hanchungshik.com)을 통해서도 경험할 수 있다.


■ 전시의 글 (한정식 사진기록에서 발췌)

모든 존재의 근원이면서 동시에 종말인 거기에
공(空)은 열려 있다.



내 사진은 사물의 존재로 향하고 있다. 특히 물, 돌, 풀 등 자연 자체의 존재에 대한 관심이요 애정이라 해도 좋다. 내가 왜 자연으로 눈을 돌린 것일까. 내 눈을 끄는 것은 대개의 경우 인간을 떠난 자연이었다. 내가 지향하는 자연의 사진이란 이런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의 재현이 아니라, 그 안 깊이 잠겨 있을 시원에 대한 향수, 하늘이 열리던 때의 그 아득함을 생각한다. 그것을 찍고 있다가 아니라, 찍고자 한다, 찍고 싶다. 하지만 시원의 하늘이, 광야를 나는 아직 열지 못하고 있다. 그리로 가고는 싶은데 가는 길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그 깊은 속으로 들어가 시원의 하늘과 땅을 드러낼 방법을 아직은 모른다. 자연의 그 장엄함이 원시의 힘찬 숨결이 저절로 느껴지는 그런 풍경을 향해 서 있을 뿐 그리 들어가는 길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한 개 사물을 통해 그 안에 숨어 있는 시원을 찾아 들어가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다.

내가 모색해 오던 사진의 경지, ‘적정, 적멸(寂靜, 寂滅)’ 곧 ‘공(空)’의 경지라는 것도 결국은 사물의 근원적 존재 양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움직임이 사라진 고요, 움직임도 움직임이 아님도 아닌 고요, 다시 말해서 생성 소멸을 벗어나 형태도 사라지고 존재감마저 느껴지지 않는 그런 경지, 모든 존재의 근원이요 동시에 종말인 거기에 ‘공’은 열려 있다. 그 곳에 이르고자 하는 것이 내 <고요>의 또 하나의 시도이기도 하다.태풍의 눈이 그러하듯 모든 움직임의 중심은 고요하다. 그 고요가 곧 ‘공’이다. 존재의 근원이다. 적정, 적멸이 그것이고, 그리고 이 <고요>는 그 ‘공’을 향한 나의 발자국이다. 하늘이 열리던 날의 바람소리가 듣고 싶다. 땅이 처음 솟던 날의 울림을 느끼고 싶다. 그 땅으로 처음 싹을 피워 올린 풀잎의 작은 촉감을 손가락 끝에 누리고 싶다.

■ 고요의 글 (고요의 기록에서 발췌)

법성게를 다시 열심히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의 직감처럼, 내 고요가 결국은 이 법성게가 바탕이 되고 있었다. 내가 ‘고요’를 시작했을 때, 불교를 생각하지는 않았다. ‘고요’도 “고요하고 맑은”이라는 의미의 내 이름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정’(靜)이고, 우리말로 ‘고요’였으며 법성계의 고요였다.

나는 ‘고요’를 진행해 가면서 그 의미를 파 들어갔다. 다분히 고요함을 묘사하려 한 것은 아니었다. ‘고요’에 대한 생각은 ‘존재’로 귀결되었다. 그리고 ‘존재의 양태’가 고요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결국 모든 사물은 근본에서 고요한 것이다. 그러다 이번에 법성게를 보니 거기 내가 생각하던 고요가 있었다. 내가 생각한 ‘고요’가 그대로 법성게의 고요였다.

“이렇기 때문에 무상과 무아는 일상에서 나타나는 주관과 객관, 움직임과 고요함을 부정함이 아니라, 삶의 본디 모습을 말합니다. 무아, 무상의 본디 모습에서 보면 모든 법이 움직임이 없는 본디 고요함입니다.” “앞서 말한 불생불멸에서, 생과 멸이 동시이기 때문에 생상 (生相)이나 멸상 (滅相)으로 봐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움직이면서 고요하며 고요하면서 움직임이 실상의 본디 모습이기 때문에 동상(動相)과 정상(靜相)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동정이 동시이면서 움직임으로 고요함으로 나타날 뿐입니다. 동정이 전체로서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부동이라고도 적(寂)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불생불멸, 부동부정(不動不靜)이 지금 여기의 우리의 모습입니다. 이를 ‘본디 고요함’이라고 합니다.” 정화 스님의 풀이가 이것인데, 이게 결국은 내가 추구하던 고요의 의미요, 단지 고요하다를 넘어, 존재의 근원을 말하고자 한 내 의도가 여기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난 그것을 '존재 자체가 고요하다'고 말했고, '사물이 고요해서 고요한 것이 아니라, 존재의 양태가 그대로 고요할 뿐이다'고 했었는데 그게 이 정화 스님의 말씀과 같은 것이었다. 새삼스럽게 사진이 불교요, 불교가 곧 사진이로구나! 느꼈다. 특히 내가 추구하는 사진, 내가 추구해 오던 사진 미학이 결국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 그대로 들어 있었다. 미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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